2017년 1월 28일 토요일

아내와의 발리여행 3부

아내와 베론 씨 그리고 나, 우리 3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움직임이 느껴졌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불이 켜지는 순간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그들의 움짐임이 정지 되었고, 나는 너무 놀라 머리 속에서 어떻게 이 상황을 정리 해야 되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지못했다. 베론 씨와 나는 거의 동시에 움직였고, 나는 상체를 일으키며, 일단 앞쪽으로 얼굴을 돌려 기지개를 피면서 그들에게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나도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내에게 내가 보고 들은 것을 알게 하고 싶지않았다. 베론 씨는 내가 일어날 때 담요 안에서 재빨리 손을 빼면서 자세를 바로 잡았고, 그의 손이 담요를 나오는 순간 나는 그의 손가락이 아내의 애액으로 축축이 젖어 있는 것을 보았다.

약 20초 정도 지났을까, 고개를 돌리며 뒤를 돌아보는 그 찰나와 같은 순간이 1년 같이 길게 느껴졌다. 나는 잘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뒤를 돌아보며 제발 모든 상황이 정리되어 있기를 바랬다.

“헬로우, 미스터 베론”

“하이, 미스터 리. 슬립 웰?”

지연이를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일까, 나는 먼저 베론 씨를 보고 인사를 했다. 베론 씨는 자신의 가운데 손가락을 ?으며 빨려는 순간, 아내는 동시에 담요를 끌어 당겨 그의 손을 낚아채며 담요로 닦아주고 있었다. 그러다 나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행동을 둘러댔다.

“아..내가 음료수 마시다 베론씨 손에 흘려서…”

지연이는 당황해하며, 애써 자신이 왜 베론씨의 손을 닦아주는 지 설명하였다. 아내의 얼굴은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아서일까, 베론씨가 자신의 애액을 ?고 빠는 모습이 창피한걸까, 아니면 나에게 그의 손을 닦아주는 모습을 들켜서일까, 하여간 양쪽 볼, 광대뼈있는 부분이 발그레해 꼭 술한잔 마신 사람같이 보였고, 그 모습이 왠지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나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내가 쳐다보면 앞을 보든가 옆을 보면서 말했고, 애써 나의 시선을 외면했다. 아마 나를 똑바로 볼 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궁금증과 호기심은 아내에 대한 원망보다 더 컸다.

‘지연이는 왜 소리치지 않았을까?’

‘왜 더 강하게 그를 저지하지 않았을까?’

“지연아, 나 자는 동안 뭐했어?” 

어?..어..그냥.. 그냥 있었지. 오빤 잘 잤어?

나의 호기심은 지연이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지연이는 그냥 얼버무리며 그냥 있었다고 답했다. 

미스터 리, 당신의 계획서에 상당한 호감이 갑니다. 오늘 특히 더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때 뜬금없는 베론 씨의 말이 나에게 '당신 아내의 애액을 맛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들리는 듯 했다. 나는 멍청하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다시한번 그 앞에 굴욕적으로 인사를 하며, 옆에 앉은 아내를 보니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리는 눈가에 이슬이 보였다. 미안했다. 능력없는 남편을 만나 이런 희롱을 당하게 한 것이 너무 미안했다. 아마 지연이는 나보더 더 충격이었을 것이다. 대학때 만나 다른 남자는 제대로 사귀보지도 못하고 나와 오랜 연애 끝에 결혼 했으니, 지연이는 다른 남자는 몰랐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랬다. 

비행기는 하강을 시작했고, 우리는 모두 똑바로 앉아 착륙을 기다렸다. 나는 앞을 보고 있었지만 나의 온 신경은 뒤에 가있었다. 베론씨가 무슨말인지 지연이에게 작은 소리로 말하는 듯 했고, 지연이의 대답은 없었다. 어느덧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을 했고, 연결통로가 연결되고 우리는 비행기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오는 동안 나는 레깅스를 입은 지연이의 하체를 곁눈질 해가며 살폈고, 그런 나의 눈길을 지연이는 아는 지 모르는지 빠른 걸음으로 게이트로 빠져 나오자 마자 화장실에 간다며 재빠르게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뒤이어 베론씨가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스터 리, 얼마나 발리에 있을 예정인가요?

예, 5박 일정으로 왔습니다.

아, 그럼 시간은 충분하군요. 어는 호텔을 예약했나요?

웨스틴 리조트 호텔입니다. 사장님은 어디 묵으세요?

나는 여기에 작은 별장이 있어요. 5년전에 회사에서 보너스로 받은 스탁옵션 팔아서, 여기 조그만 별장 하나 구입했는데 2년만에 처음 와보네요. 시간이 없어서...

아, 그러세요.

미스터 리, 내일 시간 괜찮으면, 내 별장에 초대하고 싶은데...

예?

바베큐 파티도 하고, 저녁엔 와인 한잔하며, 당신의 새부서에 대한 계획에 대해 자세하게 듣고싶어요.

베론 씨는 쐐기를 박았다. 내가 감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런 기회는 오지 않는다. 아니, 아무에게도 없는 기회를 지금 이 사람이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기회를 거절하면 어쩌면 내 계획서는 1차 심의에도 통과하지 못하고, 분쇄기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연이에게도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지연이도 참을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몰랐다. 분실된 한 조각의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미스터 리, 수영복도 꼭 가져오세요. 풀파티로 재밋게 보내자구요. 내가 내일 12시 정오에 차를 호텔로 보낼께요. 당신이 묵는 호텔에서 별장까지 별로 멀지 않아요. 한 10분에서 15분정도 걸릴거예요. 

내가 대답도 하기전에 베론씨는 혼자 다 정해버렸다. 마침 지연이가 화장실에서 나와서 걸어오고 있었다. 오던 지연이는 베론씨를 보고 놀라며 나에게 물었다.

이사람 왜 아직도 안갔어?

으응..

나는 지연이에게 할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일 베론씨의 별장에 초대 받아 가게 됐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스러웠다. 그 말을 들으면 펄쩍 뛸게 뻔했으니까.

씨유 투모로우, 미스터 & 미세스 리.

베론씨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우리를 남겨둔채 멀어져 갔다.

무슨말이야? 내일 보자고 하는게?

으..응, 다른게 아니고... 우릴 초대한데. 별장이 있데, 여기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을 꺼냈다. 일단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니까 싫은 티를 낼 수 가 없었다. 그리고 지연이의 표정을 살폈다.

난 싫어. 지연이는 단호했다. 

우리끼리 놀자. 오랜만에 온 휴가잖아. 남이랑 놀면 불편하단 말이야.

지연이는 단호하게 말했다가, 다시 애교스럽게 나의 팔을 붙잡으며 졸랐다. 마치 낚시바늘에 꽂힌 물고기처럼, 베론씨의 손가락에 꽂혀 정신을 잃고 온몸을 맡기던 그 여자가 이 여자인가 하는 생각에 순간 나의 앞섬이 묵직해졌다. 

지연아, 너 자꾸 사장님 앞에서 아까처럼 함부로 이사람, 저사람 하지마. 한국에 몇 년 있어서 그정도는 알아 듣는단 말이야.

알았어. 근데 내일 안갈꺼지?

난감했다. 베론씨는 우리가 내일 오는 것으로 알고 파티준비를 할테고, 지연이는 안가는 걸로 점점 굳혀가고... 

어쩔수 없었다. 일단 지연이를 설득해야했다. 베론씨의 호의를 다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니 연락처도 알지 못하니 미리 못간다고 연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연아, 그런데…이미 간다고 했는데…”

“뭐라고? 오빠는 왜 혼자 다 결정해?”

“미안해, 사장님이 이번 신규 부서설립에 관련해서 내 계획을 자세히 듣고싶다고 하기에…” 

“제발, 그 일! 일! 일 얘기 좀 안할 수 없어? 여기까지와서 또 일이야?”

“정말 미안하다. 내일 낮에 차 보내준데..”

“못간다고 전화하면 되잖아. 일이 생겼다고…”

“근데 연락처를 몰라. 이왕이렇게 된거 내일 가서 점심만 먹고 오자. 응? 우리 호텔하고 가깝데.”

“…”

지연이는 말이 없었다. 삐친것처럼 말없이 걸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아내는 분명히 내가 하자는 데로 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다시 마주치는 게 싫고, 창피한 것이다. 우리는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로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은 어두운 지연이의 마음을 밝게 만들었다. 나는 출장때면 호텔과 방이 지연이처럼 깔끔하고 단아한 웨스틴 호텔을 선호한다. 사실 우리가 처음 관계를 가진 곳도 웨스틴 호텔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연이도 웨스틴 호텔을 좋아했다. 지연이는 커튼을 양손으로 확 펼쳤고, 그 앞에 펼쳐진 수영장과 창 밖의 야경은 지연이의 마음을 출발지의 서울에서처럼 어린 아이같이 만들었다.

“그럼 점심만 먹고 오는 거야. 알았지?”

“그래, 고마워..”

베론씨는 수영복까지 준비해오라고 했는데 그 말은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냥 가서 점심먹고 양해를 구하고 돌아오리라 마음먹었다. 지연이의 불편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연이는 목욕한다며 가방에서 속옷을 챙기고, 나는 침대에 엎드려 TV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틀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항상 알면서도 호텔에 들어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슨 야한 방송 하는데 없는지 살피며 지연이에게 물었다. 

“같이 할래?”

“오늘은 싫어.”

지연이의 대답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보고 싶었다. 지연이의 꽃잎이 어떻게 됐는지, 팬티는 얼마나 젖었는지... 지연이는 매몰차게 속옷을 챙겨서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한번도 지연이가 목욕하면서 문을 잠근적이 없었는데, 아마 남편인 내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기 싫었나 보다. 평소엔 집에서 목욕하러 들어갈때 밖에서 옷을 벗고, 거의 팬티와 브라만 입은채로 방과 거실을 활보 했었는데, 오늘은 옷을 하나도 벗지 않고 그대로 들어가버렸다. 잠시후 물소리가 들리고 조용해졌다. 찰랑거리는 물소리만 나는 것으로 보아 지연이는 물을 받아서 탕안에 들어가 있는듯 했다. 

“지연아, 뭐해? 반신욕해?”

“응. 좀 있다 나갈께.” 

“나도 들어가면 안돼?”

“미안, 오늘은 혼자하고 싶어.”

나는 침대에 누워서 재미없는 TV를 이리저리 돌리며, 아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지연이의 '씻지도 않고 잘 거냐'는 반복된 물음에 떠진 눈앞에 머리에 수건을 쓰고 목욕가운을 입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고, 그 모습이 왠지 다른 때보다 아주 매력적으로 보였다. 돌아 앉아 얼굴에 로션을 바르는 아내의 목뒤의 하얀 피부와 흘러 내린 젖은 머리카락이 매치되면서 다시 한번 기내에서의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그때의 일이 꿈인지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아내의 모습이 꿈인지 알 수 없이, 끝도 없는 깊은 나락으로 빠져 드는 듯한 환상을 느끼며 아내의 모습은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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