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8일 토요일

아내와의 발리여행 5부

걱정했던것과는 달리 표정은 괜찮아보였다. 화장을 새로 했는지 얼굴은 처음 올때 처럼 예뻐보였고, 립스틱도 새로 발라져 있는 것 같았다. 아까 점심 식사 후 수영복을 가지러 갈때와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다만, 올때 입고 있던 얇은 가디건을 지연이는 입고 있지 않았다. 노출이 심한것 같다며 다른 옷을 고를때와 뭔가 걸쳐야 겠다고 할때는 언제고 가디건을 벗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으응..좀 있다 얘기해 줄께.”

지연이는 나에게 다가와서 늦게 와버린 나에게 원망하듯한 눈길로 물었고, 나는 왜 그랬는지 베론씨의 눈치를 보면서 얼버무렸다. 지연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베론씨 나, 그리고 수파르가 공범이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나는 그때 내가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 알 수 가 없다. 

일단 겉으로는 무사한 지연이를 보니,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 일까 아까 호텔에서 수파르를 기다릴 때부터 언제올지 몰라 화장실에도 못가고 차 앞에서 기다린 결과가 이제 터질듯 밀려왔다. 

“베론씨, 화장실 좀 쓰겠습니다.”

“오, 그렇게하세요. 저쪽 코너 돌면 오른쪽 첫번째 문이 화장실 입니다.

갔다올께

나는 지연이를 두고, 빠른 걸음으로 지연이가 왔던 쪽으로 걸어갔고, 코너를 돌자 긴 통로가 나왔고, 바로 오른쪽에 베론씨가 말한 문으로 보이는 문이 하나 있었다. 그 문의 손잡이를 잡는 순간 그 통로의 제일 끝 정면에 두개의 큰 문으로 열리게 되는 방의 문 중 하나가 반쯤 열려 있었고, 그 방 안쪽 의자에 지연이의 가디건으로 보이는 옷이 팔걸이에 걸려있었다. 나는 순간 호기심에 그냥 지나칠 수 가 없었다. 살짝 보이는 그 옷이 지연이 옷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 가 없었다. 들어가려던 화장실 문을 조용히 닫고 코너쪽으로 가서 코너의 바깥쪽인 거실 쪽을 살짝 보니 지연이와 베론씨가 무언가 대화를 나누며 소파에 앉아 있었고 거실이 워낙 넓고 천정도 높아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다. 나는 안심하고, 조용한 통로를 소리를 내지 않으려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걸어서 열려진 문 사이로 들어갔다.

'이게 왜 여기 있을까?' 지연이의 가디건이 맞았다.

나는 왜 지연이의 가디건이 여기 있는지 궁금해 견딜 수 가 없었다. 의자의 반대편에는 아주 크고 고풍스러워 보이는 침대가 놓여 있었다. 성인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파자마와 목욕가운이 방안의 화장실로 보이는 문앞에 있는 것으로 보아 베론씨의 침실인 것 같았다. 고급스럽게 꾸며진 침실과는 달리 새하얀 침대시트는 누군가 방금 자고 일어났는지, 어린아이가 뛰어 놀은것처럼 엉망으로 구겨져 있었다. 나는 슬며시 침대시트에 손을 대보았고, 시트의 감촉이 많은 습기를 머금은 것 같았다. 

그때 통로 저쪽에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고, 나는 순간 어쩔줄 몰라 주위를 둘러보다 화장실로 보이는 벽끝의 문으로 들어가 문뒤에 숨었다. 문뒤에서 이 방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며, 제발 누구든지 조용히 나가고 나도 조용히 나갈 수 있기를 바랄뿐이었다. 문뒤에 있어서 볼 순 없었지만, 소리로 누군가 방으로 들어왔고, 뒤이어 베론씨의 목소리가 들리며 베론씨도 들어온 것을 알았다.

하우 워즈 잇? 껄껄껄

...

베론씨가 게걸스럽게 웃으며 누군가에게 아까 었땠었는지를 물었고, 상대방은 대답이 없었다.

어맛!

순간 대답이 없던 상대방에게서 작은 소리가 났고, 나는 지연이 목소리인 것을 알수있었다. 잠시 말소리 없이 정적이 흐르며 옷을 비비는 듯한 소리가 났고, 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미치려고 하는데 잠시후 지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노..노...플리즈, 기브 미....플리즈...미스터 베론 

껄껄껄...메이비 아이 윌 기브 잇 투 미스터 리..하하하

뭘달라고 하고, 뭘 나한테 준다는 건지 도통 두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수가 없었고, 아마 급해도 정말 급했는지 몇년만에 지연이가 영어를 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 베론씨는 무언가를 찾는 듯 방안을 돌아 다니며 서랍등을 여기저기 열어보는 것 같았고, 점점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급기야 내가 숨어있는 화장실의 반쯤 열린 문고리를 잡았다. 나는 숨이 넘어가는 것이 답답했다. 차라리 문을 박차고 나가서 니들 뭐하는 짓인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먼저 베론씨의 멱살을 잡고 한방 날리고 싶었다. 이러고 있는 내가 싫었다. 하나도 명확한게 없었다. 아니 어쩌면 명확하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애써 나 자신이 위안을 삼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우 워즈 잇? 미세스 리...흐흐흐

.....굿... 플리즈 기브 미...

하하하

베론씨의 발이 보이며 문을 밀면서 들어오려는 순간, 베론씨는 다시한번 지연이에게 어땠었는지 물었고, 지연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좋았다고 답하자, 베론씨는 만족스러운지 호탕하게 웃으며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방 안이 조용해진 것으로 보아 두사람이 나간것 같았다. 잠시후 살며시 문뒤에서 나와 화장실에서 나가려는 순간 세면대 안에 방금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콘돔이 널부러져 있었고, 콘돔안에도 정액이 남아있었고, 일부는 흘러나오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저 콘돔을 사용한 용의자들이 누군지 쉽게 그려졌지만, 머리를 저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복도로 나가는 걸음 걸음 저 큰 침대위에서 베론씨의 밑에 깔려 몸부림치는 아내의 모습이 장면 장면 스크린 캡쳐되며 떠올랐다.

서둘러 코너 끝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 볼 일을 보고, 나와서 거실로 돌아가니 지연이는 어느새 가디건을 입고 있었고, 베론씨의 앞에 앉아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으..응...배가 아파서...

나는 손바닥으로 배를 쓰다듬으면서 배가 아팠다는 핑게를 댔다. 지연이 얼굴을 보자 아까 본 그 콘돔이 떠올라 지연이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가 없었다. 

미스터 리, 자.. 이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오세요. 수영장으로 갑시다.

베론씨는 우리에게 빨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오라며, 자신은 수영장으로 나가기 위해 커다란 미닫이 유리문 쪽으로 걸어갔다. 

오빠, 그런데 왜 이걸 가져왔어?

왜? 블랙으로 가져오라며?

내가 검정색 주머니 가져오라고 했지, 검정색 수영복 가져오랬어?

아..그랬나..? 아무거나 입으면 어떠냐? 빨리 갈아입자

“이건 컵이 없단 말이야.”

지연이는 신경질적으로 말했고, 할수없다는 듯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먼저 걸어갔고, 뒤이어 나도 지연이를 따라서 갔다. 

내가 먼저 갈아 입을께.

같이 들어가자. 뭐 어때?

싫어, 남에 집에서... 빨리 입고 나올께

지연이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평소와는 다르게 문을 잠그고 옷을 갈아 입는 듯했다. 잠시후 지연이는 흰 수건으로 몸통을 둘둘 감고 나왔다. 

내가 말한 검정색 주머니에는 수영복 위에 입는 치마도 있단 말이야. 하여간 오빠는 내말 안들어서...

미안해, 그냥 그걸로 대충해라...

나는 미안해서 얼버무리며, 지연이가 나온 화장실로 들어갔다. 옷을 벗고 트렁크로 갈아 입는데 다소곳이 게어놓은 지연이의 옷가지가 보였다. 순간 지연이의 벗어논 옷과 조금 전 침실에서의 일이 머릿속에 오버랩되면서 지연이의 속옷이 보고 싶어졌다. 살며시 옷을 펴보니 하얀 원피스 안에 지연이의 브라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팬티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호텔에서 화이트 실크레이스 속옷을 위아래 입은 것을 봤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팬티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팬티를 입고 그 위에 비키니 팬티를 입었나?’
나는 아내의 팬티가 없는게 궁금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대놓고 물어볼 수 도 없으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니 지연이는 벌써 나갔는지 없었고, 코너를 돌아가보니 지연이는 쇼파에서 뭔가를 이리저리 찾고 있었다. 

“뭐해?”

“응? 아..아니야”

“나가자. 베론씨 기다리겠다”

“응”

아내는 마지못해 나를 따라 유리문을 통과하여 수영장이 있는 뒤뜰로 나왔다. 베론씨는 벌써 물안에 들어가 직사각형의 긴 튜브에 누워 우리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나는 지연이의 손을 놓고 뛰어가서 어린아이처럼 수영장에 풍덩하고 몸을 던졌다. 더운 날씨와 침실에서의 긴장이 풀리며 이렇게 시원한 기분을 잠시 만끽하는 사이, 베론씨는 지연이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소리쳤고, 지연이는 마지못해 타월을 풀고 수영장 계단에서 발을 담궜다. 

비키니를 입은 지연이의 몸매는 눈이 부셨다. 뒤로 비치는 햇살 때문인지 그 햇살에 반사되는 지연이의 하얀 살결 때문인지 검은 비키니를 입은 지연이의 몸매를 보는 순간 눈이 멀것같이 아름다웠다. 하얀피부의 지연이에게 검은색 비키니가 잘 어울렸다. 목뒤로 넘어가서 묶는 끈과 등뒤로 묶는 두개의 끈으로 된 비키니 브라는 지연이가 말한대로 가슴을 가리는 부분에 컵이 없어서인지 지연이의 유두가 살짝 도드라져 보이는 듯했다. 비키니 팬티는 지연이에게 좀 작아 보이는 듯 지연이의 커다란 엉덩이를 다 가리지는 못했다. 

갑자기 베론씨가 튜브에서 내리더니, 지연이에게 튜브를 가지고 다가갔다. 그리고 튜브에 누으라는 말하자 지연이는 왠일인지 순순히 베론씨의 부축을 받으며 하라는 대로 튜브에 누웠고 베론씨는 누운 지연이의 발목을 양손으로 잡고 튜브에 탄 지연이를 점점 깊은 쪽으로 몰고 갔다. 나는 두 사람의 자연스러움에 어정쩡하게 끼지도 못하고 한쪽에서 비치볼을 치면서 놀았고 베론씨는 마치 자기가 남편인양 지연이의 다리쪽 튜브에 매달려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아..악…오빠아…”

잠시후 베론씨는 지연이와 함께 인공폭포 밑으로 들어가 쏟아지는 물을 그대로 맞았고, 지연이는 놀라서 허둥대다가 물에 빠졌지만 베론씨가 능숙하게 지연이를 안아서 다시 튜브에 올려 놓았다. 물에 흠뻑 젖은 지연이의 검은 비키니 수영복 위로 지연이의 유두는 더욱 도드라져 보였지만 지연이는 모르는지 베론씨가 앞에 있어도 가리지 않는것 같았다. 지연이는 나에게 빨리 그 쪽으로 오라고 소리치며 손짓했고, 나는 지연이에게 가려고 몸을 일으키는 찰라, 베론씨가 나의 의지를 꺽었다. 

“미스터 리, 미스터 리는 남자치고 피부가 너무 하얀것 같아요. 저쪽에 있는 비치의자에 누워 선탠 좀 하는게 어때요? 피부가 좀 검으면 건강해 보이잖아요.”

“그…그럴까요?”

나는 몸을 돌려 선탠이나 한다며 물밖으로 나와서 베론씨가 가리킨 인공폭포가 있는 대각선 쪽의 비치의자에 누웠다. 지연이는 다시 나에게 오라고 손짓하지 않았다. 베론씨가 이끄는 대로 폭포수의 물을 그대로 가슴, 배, 다리로 맞으며 허둥대고 있었고 그런 모습이 즐거운지 베론씨는 지연이가 타고 있는 튜브를 조종하며 즐거워했다. 

잠시후 태양이 너무 뜨거워 뭐라도 마실려고 바베큐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가서 베론씨가 알려준 냉장고를 여니 하이네켄이 꽉 차있었고, 그 중 병 하나를 꺼내어 뚜껑을 돌려서 따고 한모금 마시니 목끝에서 올라오는 탄산의 시원함이 더위를 싹 날려버렸다. 

하이네켄을 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튜브만 물에 떠있고 두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일어나서 찾아볼까 하다가 베론씨를 불러보았다.

“미스터 베론! 미스터 베론!”

“…”

잠시후 베론씨가 인공폭포 넘어 바위 위로 상반신를 내밀며, 여기 있다고 손을 흔들었다. 

“제 아내는 어디있나요?”

“아..미세스 리는 바위아래에서 쉬고 있어요.”

“오빠, 나 여기있어. 금방 갈테니까 거기있어”

“괜찮아? 내가 갈까?”

“아…아니야... 나 괜찮아. 거기있어. 곧 갈께”

지연이의 목소리는 약간 격양되있었고, 다급한듯했다. 베론씨는 나를 보면서 서있었고 간혹 자신의 아래를 쳐다보며 무슨 말인지 하였고, 어깨를 들썩이며 하늘을 봤다가 나를 보며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미스터 리, ...으으...으...오늘 자고 갈 생각 없어요?”

“네?”

“베론씨, 자고 가라고요?”

“켁..켁..”

나의 물음에 아랑곳없이 베론씨는 갑자기 격앙된듯한 몸부림을 치더니, 앞에 바위에 두팔을 올리고 엎드렸고, 순간 보이지 않는 아내의 숨막히는 듯한 짧은 소리가 나더니 잠시후 베론씨가 바위 뒤로 사라지고 잠시후 두사람이 바위를 돌아 수영장 끝에서 나타났다.

지연이의 눈은 충열되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베론씨는 기분이 좋은 듯 다시 나에게 자고 갈 것을 권유했고, 지연이는 화장실 간다며, 나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