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8일 토요일

아내와의 발리여행 4부

그윽한 커피향기에 눈을 떠보니 젖혀진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눈이 부셨다. 너무 피곤했는지 긴장이 풀려서였는지 어젯밤 그냥 잠이 들었나 보다. 지연이는 벌써 일어나 옷들을 가방에서 꺼내어 옷장에 정리해놓고 무슨 옷을 입을지 고르고 있었다.

“언제 일어났어?”

“응? 오빠 일어났네. 피곤한 것 같아서 일부러 안 깨웠는데.”

“몇 시야? 지금”

“거의 10시 다됐어.”

“그래? 빨리 일어나야 되겠다. 배고프지? 룸 서비스 시킬까?”

“그냥 나가서 먹고 싶어. 그냥 나가서 먹자.”

지연이는 뭘 입을지 고민하면서 가져온 옷들을 옷걸이에서 이리저리 넘기고 있을 때, 내가 옷걸이에 걸려 있는 하얀 원피스를 꺼내 들었다. 내가 작년 여름에 사준 옷인데 지연이는 서울에서 입기엔 노출이 좀 심하다고 입기를 꺼렸던 원피스였다. 사실 지연이가 좀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그렇지 왠 만한 여자들은 모두 입는 그런 옷이었다. 

“이 옷 어때?.”

“이건 좀 그런데…”

“이거 여기서 안 입으면 언제 입냐?”

“하긴 그래..히히..”

지연이는 불쑥 입기가 쑥스러웠는지 한번 빼고는 바로 내가 들고 있는 옷을 잡아챘다. 이미 그 옷을 입으려고 했는지 입고 있는 반바지와 티셔츠를 벗자 화이트 실크 레이스 속옷이 아침 햇살에 반사돼 눈이 부셨다. 나는 씻으러 가려다 넉 놓고 속옷차림의 지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응?..아..아니야”

나는 서둘러 목욕탕으로 가서 칫솔에 치약을 묻히며, 아내가 서른 살이 됐어도 웬만한 20대 처녀들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요즘 삐쩍 마른 20대 아가씨들 보다 아직 애를 안 낳아서 그런지 탱탱한 가슴과 좀 검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나에겐 섹시한 작은 젖꼭지 - 혹자는 유륜도 유두도 큰 가슴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내처럼 옛날에는 분홍빛인 작은 유두가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은 다 자기 취향이 다르니까… -, 잘록한 허리와 풍만해 보이는 히프라인 – 옷을 입으면 잘 모르겠는데, 벗으면 아내의 엉덩이가 풍만하다 -, 탱탱하고 건강한 허벅지 – 내가 볼 땐 지연이의 허벅지도 요즘 뜨는 어느 가수의 ‘꿀벅지’ 대열에 절대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수와 양치를 끝내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나와보니, 지연이는 어느새 옷을 갈아 입고 가슴이 생각보다 많이 보이는지 거울을 보며 가슴부분의 옷을 잡고 위로 올려보고 있었다. 시원하게 파진 어깨와 등이 지연이의 새하얀 살결을 드러내고 있었고, 브자로 파진 앞쪽은 지연이가 끌어 올려서 그런지 가슴 골이 약간 보이는 정도였다. 무릎을 반정도 덮는 정도의 길이는 지연이의 날씬한 하얀 종아리를 돋보이게 했다. 

나도 빨리 반바지를 꺼내서 입고, 지갑을 챙긴 후 지연이와 호텔방을 나섰다. 나는 거리로 나와 지연이와 손잡고 멋지게 걸으며 오랜만의 휴가를 이국적 분위기에서 느껴보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너무 더웠다. 습기까지 있어서 말 그대로 푹푹 찌는 날씨였다. 

“지연아, 우리 그냥 호텔로 가서 밥 먹자. 너무 더워서 못걷겠어.”

“덥긴 덥다. 그치?”

“뭐 먹을래?”

“그냥 호텔에서 블랙퍼스트 먹을래. 계란하고 팬케익..뭐 그런거 있잖아. 난 그런거 호텔에 딱 앉아서 먹는거 부럽더라. 히히”

“넌 호텔음식 먹으러 놀러 오지?”

나는 그런 호텔음식을 좋아하는 지연이가 귀여웠다. 어찌 보면 그만큼 때가 안 묻은 것 같아 보였다.

음식을 시키고 시계를 보니 10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동시에 베론 씨의 얼굴과 12시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 일로 지연이를 재촉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속으론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에 굳이 언급해서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음식은 깔끔했고,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지연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이 되는지 음료수를 잘 안 마시는 아내도 음료수를 리필까지 해가며 다 마셨다. 

식사가 끝나고 시간이 애매해서 지연이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지연이가 방으로 올라가자고 해서 내심 고마웠다. 괜히 나가자고 해서 약속시간이 늦을까 맘 조리는 것보다 나으니까. 

방으로 들어온 지연이는 옷장을 열고 청바지를 꺼내서 입으려고 했다.

“왜? 청바지 입게?”

“응. 거기 갈 때 청바지 입고 갈려고.”

“이.. 날 더운데 왠 청바지? 그리고 남의 집에 초대 받아가는데 청바지는 좀 그렇다.”

지연이 맘을 속으론 이해했으나, 청바지는 좀 그랬다. 날도 덥거니와 친구 집 가는 것도 아니고 명색이 사장 집에 가는데… 

“그럴까?”

“그래, 청바지는 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그대로 가. 예쁘고, 시원해 보이고 좋은데 뭘?”

“근데 좀 많이 파진 것 같지 않아?” 

지연이는 가슴 쪽 V자로 파인 부분을 끌어 올리며 거울 앞에서 뒤로 돌아보고 자신의 뒷모습과 앞모습을 이리저리 살폈다. 나는 아내에게 더이상 이래라 저래라하면 역효과가 날것 같아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아침에 하지 않은 면도도 하고, 칼라가 있는 반팔 티셔츠와 다림질이 되어있는 반바지를 꺼내서 침대위에 올려 놓았다. 

“아무래도 뭐하나 걸쳐야겠다.”

지연이는 아무래도 훤히 드러나는 등과 어깨, 가슴이 부담스러웠는지 아주 얇고 속이 비춰보이는 흰색 니트 반팔 가디건을 꺼내 입었다. 내가 보기엔 그 가디건을 입으나 마나 처럼 보였으나, 지연이는 그래도 만족 스러운듯 침대에 걸터 앉아 호텔방에 비치되어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를 펼쳐보며, 오늘 저녁으로 뭘 먹을지 고르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지연이 허벅지를 베고 누워서 집에서 가져온 휴대용 닌텐도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나, 내 눈과 손가락은 슈퍼마리오를 보면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약속시간이 가까워 질수록 내 머릿속은 점점 베론씨와 아내와의 어젯일로 채워졌다. 

‘따르릉~’

거의 12시가 다 되어 전화벨이 울렸고, 나는 지연이를 한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하이, 미스터 리”

“헬로우” 

“디스 이즈 수파르. 미스터 베론 샌드 미 투 픽업 유 앤드 유어 와이프”

“오케이. 위윌 겟 다운 순”

나는 전화를 끊고, 지연이를 쳐다보니 지연이는 끈이 달린 샌달을 꺼내서 신고 있었다. 방에서 나와 복도를 지나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우리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손을 꼭 잡고 나란히 섰다. 골드빛 엘리베이터의 문에 흐릿하게 비치는 우리의 모습이 앞의 일을 알지못하는 우리의 모습 같이 불투명했다.

수파르는 전화통화에서 짐작했던 것처럼 현지인으로 베론씨에게 고용된 운전사인것 같았다. 그는 우리를 뒷좌석에 태우고 호텔을 빠져나와 잠시 복잡한 시내를 거쳐 시원하게 뻗은 해변도로를 달렸다. 지연이는 긴장이 되는 지 차속에서 창밖의 바다 풍경만 내다보며 말이없었고, 나는 베론씨에게 점심만 먹고 간다는 말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덧 차는 한적하고 좁은 길을 달려 숲이 우성한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수?이 무성한 나무를 돌아가니 베론씨의 별장으로 보이는 입구가 나타났고, 기사는 머리위 햇볕가리게에 붙여 놓은 게이트 리모콘을 눌러 게이트를 열었다. 게이트로 들어가니 양쪽으로 예쁜 꽃들이 심어져 있는 꽃밭을 지나 넓은 앞마당에 가운데 작은 분수가 있었고, 차는 분수를 돌아 현관 앞에 세워졌다. 

건물 오른쪽 오솔길에서 메이드로 보이는 현지인 여자가 다가와 우리에게 밝게 인사를 했다. 우리는 그 여자에 의해 그 여자가 나왔던 오솔길을 따라 건물 뒷편으로 안내되었다. 베론씨의 별장은 보통 별장이라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큰 집이었다. 방이 몇개난 있는 지 가늠할 수 없이 건평도 꽤 나갈 것처럼 웅장한 건물이었고 대지도 엄청 넓고 나무가 많아서 숲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미스터 앤드 미세스 리”

“헬로우, 미스터 베론”

베론씨는 뒤뜰에서 고기를 굽기위해 바베큐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뒤로 내 키만한 작은 인공폭포가 있는 수영장과 옆으로 바위로 벽을 만든 작은 자쿠지가 있었다. 베론씨는 수영복으로 보이는 큼직한 트렁크에 스파이더맨이 그려진 편안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하였다. 

베론씨는 우리를 천막 아래에 간단한 에피타이저 음식이 차려진 긴 직사각형의 테이블로 안내하며, 마실것은 맥주를 비롯해서, 와인, 위스키, 소프트 드링크 등 모두 냉장고 안에 있다며 테이블 옆쪽의 냉장고문을 가리켰다. 냉장고는 벽돌로 만들어진 담에 박혀 있는듯 스텐레스로 된 문만 보였고, 수영장을 둘러싼 잔듸 며 팜트리 등 모든 것이 우리가 묵는 호텔보다 더 리조트 호텔 같았다. 지연이는 긴장했는지 자리에 앉아 테이블 위에 있는 냅킨을 만지작 거리며, 수영장의 폭포를 바라보고 있었다.

곧이어 메이드가 싱싱해 보이는 소고기 등심 스테이크를 가져왔고, 나와 베론씨는 고기를 구으며, 발리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지연이는 이쪽으로 오라고 해도 건성으로 대답만 할 뿐 여기저기 관심있는 척 나무와 꽃들을 보면서 넓은 뒷뜰을 돌아 다녔다. 

“지연아, 와서 앉아. 이제 먹어도 돼. 다 익었어”

“으..응”

“미세스 리, 컴 온 오버 히어”

“예…스..”

우리는 모두 자리에 앉아 잘 구워진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먹으며, 세상 돌아가는 별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동안 메이드에 의해, 옥수수와 감자, 피망등이 구워져 테이블에 놓여졌다. 

“미스터 리, 수영복 가져왔지요?”

“아..네..그게…”

“안가져왔어요?

“아..네…급히 오느라고 깜박…”
“오…안돼요. 오늘 같이 더운날 물놀이도 하고 그럴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지연이는 수영복과 풀에서 논다는 말을 알아 듣고 눈이 휘둘그레져서 나를 쳐다 보았다. 

“여기서 별로 멀지 않으니까, 다녀와요. 미스터 리”

“네?”

“내가 기사 부를테니 가서 가져와요.”

베론씨는 나의 대답도 듣지 않고, 일어나서 운전기사를 부르러 집으로 들어갔다.

“무슨일이야? 오빠”

“베론씨가 수영하자고 수영복 가져오래”

“뭐? 난 안해”

“사실 어제부터 수영복 꼭 가져오라고 그랬거든…”

“왜 진작 얘기 안했어? 난 안할거야. 오빠 혼자해”

“지연아, 그러지말고 그냥 조금만 베론씨가 하자는 대로 해주자. 어차피 조금있다가 이제 우리 가면 집에 갈때까지 우리 재밌게 놀 수 있잖아”

“싫단 말이야. 모르는 사람, 그것도 오빠 회사 사장 앞에서 수영복 입고 있는게…”

나는 지연이가 이렇게 싫어하는데 어제는 어떻게 견뎠을까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지연이는 다시는 그렇게 몸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미인지 겉에 입은 가디건을 겹쳐서 닫아 목까지 가리고 앉아 있었다. 

“미스터 리, 수파르 이즈 레디 투 고”

“지연아…”

베론씨는 집에서 뒷뜰로 나오는 큰 유리로 된 문앞에서 나를 부르며 빨리 가라고 손짓했고, 나는 지연이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지연이는 자포자기 했는지 나에게 눈을 흘기며 벌떡 일어났다.

“그럼 같이 가”

“응..그래..”

“미세스 리, 미세스 리는 허즈밴드가 다녀오는 동안 디저트 만드는 것 좀 도와주세요.”

베론씨는 지연이가 디저트 준비하는 것을 도울것을 요청했고, 지연이는 무슨 말인지 나를 쳐다봤다. 

“지연아, 베론씨가 나 다녀오는 동안 디저트 만드는 것 도와달래”

“뭐? 여기 있으라고?”

“금방 갔다 올께. 왔다 갔다 30분이면 충분하잖아…”

나는 아까도 오는데 약 12~3분 정도 밖에 안걸린 것으로 보아 한 30분이면 충분히 갔다 올 것 같았고, 설마 그 안에 무슨 일이야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게다가 집안팍을 왔다갔다 보이는 일하는 사람만 해도 2명이나 봤다. 지연이의 결단을 기다렸다. 지연이는 망설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였다. 지연이는 사방을 둘러 보다가 메이드를 발견하고, 안심이 되었는지 결정했다.

“알았어. 빨리 와” 

걸어가는 내 뒤통수에 대고, 지연이는 소리쳤다.

“오빠, 내꺼는 검정주머니 가져오면 돼.”

나는 알았다고 손을 흔들며 수파르가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의 조수석에 탑승을 했고, 베론씨는 수파르가 앉아 있는 운전석 쪽으로 가서 미화 $100달러를 주면서 현지어로 뭐라고 말했고, 수파르는 자주 팁을 받는 듯 웃으며 돈을 받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나는 베론씨와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했다. 베론씨는 뭐가 그렇게 좋은 지 히죽히죽 웃고 있었고, 지연이는 불안해 보였지만 그 두사람 뒤로 보이는 메이드가 있기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차는 오던 길을 되돌아 달렸고 아까 보다는 조금 더 차들이 많아져 약 15~6분 후 호텔에 도착했다. 나는 수파르에게 금방 올라 갔다 오겠다고 했고, 그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웃으며 천천히 다녀와도 된다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검정색 수영복을 가져오라고 했던가?’

헷갈렸다. 가방을 열자 바로 검정색 비키니 수영복이 망사로 된 자크 안에 있었고, 검정색 가져오라고 했으니까 바로 지퍼를 열고 지연이 수영복과 내 트렁크 수영복을 함께 들고 어디 담아갈데가 없나 찾다가 아무리 찾아도 비닐 봉투나 쇼핑백을 찾을 수 없어서 그냥 손에 들고 방을 나섰다. 

차고로 가보니 차는 있는데 수파르가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둘러 봤지만, 비슷하게 생긴 현지인들은 보이는 데 정작 필요한 수파르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자꾸 흘렀다. 

“도대체 이사람은 어딜 간거야?”

나는 화가 나서 자동차 바퀴를 한대 걷어찾지만 내 발만 아플 뿐이었다. 시간이 자꾸 흘러 베론씨의 별장을 나온지 한시간 가까이 된 것 같았다. 점점 걱정이 되었지만, 아직 환한 대낯이도 별장안에 일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괜찮을거라고 애써 생각했다. 한시간 반이 지났는데 수파르는 오지 않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길도 모르고, 주소, 전화번호도… 이런 무기력한 상황이 나를 더 지치게 했다. 내가 원래 이렇게 무기력한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 이런 상황에 놓였는지 나를 원망했다. 그렇게 약 두시간정도가 지나갈 무렵, 

“오…아임 쏘리”

수파르 였다. 그는 나무그늘에서 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고 했다. 진짜 잔건지 어디서 놀다 왔는 지 알수 는 없었지만 그것을 나무랄 시간이 없었다. 나는 수파르에게 빨리 돌아가자고 터져나오는 화를 억누르며 말했고, 차는 출발을 하였다. 별장까지 가는 약 15분의 시간이 며칠같이 길게 느껴졌고, 이럴때면 꼭 길건너는 사람들 때문에 더 늦어지고 내 마음은 타들어갔다. 지연이의 왜 이렇게 늦었냐는 원망 어린 눈빛이 보이는 것 같았고, 수파를는 능숙하게 꼬불꼬불한 길을 돌아 베론씨의 별장 앞에 섰다. 

나는 차가 정지하자 마자 수파르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잊은채 건물 옆 사잇길로 들어가 뒷뜰로 뛰어갔다. 뒤뜰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다시 아까 베론씨가 들어간 큰 유리로 된 미닫이 문쪽으로 뛰어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거실이 나왔고 계단 2개를 올라가니 넓직한 소파에 베론씨가 양팔을 넓게 벌리고 앉아서 쉬고 있었다. 

“오..미스터 리, 이제 왔군요? 늦었네요”

“예스. 제 아내는 어디 있나요?”

“ 화장실에 갔어요. 곧 올겁니다”

나는 시험 성적표를 기다리는 듯한 초조한 마음으로 가져온 수영복을 꼭 쥐고 앉아서 지연이를 기다렸다. 마침내 지연이가 멀리있는 통로로 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